오늘 그녀는 회사에서 일찍나와 백화점에가서 선물을 고르느라 분주하다.
더좋은 것을 고르려고
이것저것을 매만지다보니 미안한 마음과 점원아가씨의 눈총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내일은 그녀
아버지의 생신이었다.
평소 자주 뵙고싶은 아버지지만, 시집을 서울이아닌 한 한가로운 바다에 둘러싸인 도시로 가고, 또 먹고사는 일이 바쁘다보니
일년에 몇번 찾아뵙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록 시집은 먼곳으로 갔어도, 지금까지 아버지의 생신만큼은 꼭 찾아뵙는 것이었다.
남편은 며칠전에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녀혼자 가게 되었다.
다음날,새벽에 떠나는 기차에 실려 수원으로 올라온 그녀가 아버지의 17평짜리 열립주택의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간 것은
정오가 훨씬 지나서였다.
아버지는 안산에 있는 한 중견기업의 경비원이었다.
퇴직후 그녀가 그렇게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당신의 고집대로
하셨다.
그녀는 아버지의 집에 오기전 근처 슈퍼에서 사온 국거리와 반찬을 만들면서 오늘은 아버지를 좀더 기쁘게 해 드릴것이
없나하며 궁리를 했다.
이리저리 생각 끝에 그녀는 노래를 불러드리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음치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평소 혼자 있을때도 좀처럼 노래를 부르는 일이 없었던 그녀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자신에게 쉽지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다소 쑥스럽게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남편도 없었고,
가끔 "생각나니? 네가 어렸을땐 엄마와 이 애비 앞에서 곧잘 노래를 부르곤
했었지"하시던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 오늘은 아버지가 기뻐하시던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오셨다.
그녀는 아버지께 저녁을 차려드린 뒤 아까 찬을 마련하면서 연습했던 노래를
아버지께 불러드리기 시작했다.
음도 군데군데 틀리고 서투르고 힘들게 보였지만 그녀는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들으신 아버지는 "내가 장한 딸을 두었구나!. 네 엄마가 네 노래를 들었다면 얼마나 기뻐하셨겠니...."하며
크게 웃으셨다.
그녀는 아버지가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하지만, 크게 웃으시는 아버지의 웃음 뒤 눈가에서 반짝이는 눈물을 미처 발견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글배경
처음 그말을 들었을 때 잠시 뭉클하여 이글을 쓰게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가 꽤 오래전에 썼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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